느린학습자(경계선지능) 취업, 왜 '태도 문제'로 오해받을까
"일을 못 하는 걸까요, 안 하는 걸까요." 느린학습자(경계선지능) 취업을 검색해 보신 분이라면 아마 이 질문 앞에서 한 번쯤 멈추셨을 겁니다.
부모님이라면 "우리 아이가 일을 할 수 있을까"였을 겁니다. 사업장 담당자라면 "왜 이 친구는 오래 못 다니지"였을 수도 있습니다. 당사자라면 "나는 왜 자꾸 같은 데서 걸리는 걸까"였을지도 모릅니다.
저희도 같은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대구에서 느린학습자(경계선지능) 청년들과 일경험을 만들어 온 교육협동조합 세움입니다. 3년 동안 청년들과 함께 일하며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그 질문 자체가 청년을 둘 중 하나로 몬다는 것입니다.
역량이 부족한 사람이거나, 성의가 없는 사람이거나. 이 두 칸 말고는 답할 자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은 대부분 그 두 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몰라서 못 한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저희도 청년을 준비시키는 데 집중했습니다. 더 가르치고, 더 연습시키고, 더 준비된 상태로 내보내려 했습니다.
그런데 반복해서 깨지는 지점은 청년이 아니라 자리였습니다.
사업장이 몰랐던 것은 마음이 아니었습니다.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경계선지능이 어떤 사람인지. 둘째, 함께 일하는 방법. 몰라서 못 한 것이니, 알려드리면 되는 문제였습니다.
이 시리즈는 그 방법을 세 편으로 나눠 씁니다.
- 1편(이 글) — 정서. 태도 문제로 보이던 것의 정체
- 2편 — 시간. 두 달이 주어졌을 때 달라진 것
- 3편 — 환경. 준비된 자리는 무엇이 다른가
겉으로 보인 모습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부담이 적은 일만 골라서 했습니다. 여러 과업이 놓여 있을 때 늘 가벼운 쪽으로 손이 갔습니다. 잘못을 지적하면 잘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표정이 굳고, 대화가 끊겼습니다.
주변에서 먼저 붙은 말은 이랬습니다.
"이기적이다."
"성의가 없다."
"태만하다."
이 말들은 악의에서 나온 게 아닙니다. 보이는 대로 읽은 것입니다. 쉬운 일만 고르고 지적을 못 받아들이면, 누구라도 그렇게 읽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읽고 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태만이라고 결론 내리면 남는 선택은 두 개뿐입니다. 더 강하게 요구하거나, 내보내거나.
시선을 바꿔 다시 보면
저희가 본 것은 달랐습니다.
이 청년에게 컸던 것은 평가받는 상황에 대한 불안이었습니다.
쉬운 일을 먼저 고른 건 게을러서가 아니었습니다. '못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였습니다. 지적을 못 받아들인 것도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지적이 곧 '역시 나는 안 되는구나'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불안은 겉으로 불안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회피처럼, 무성의처럼, 고집처럼 보입니다.
같은 장면을 태도로 읽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불안으로 읽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생깁니다. 이 차이가 이 글의 전부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바꿨나
01 선택의 부담을 덜었습니다
"알아서 해보세요"는 배려처럼 들리지만, 불안이 큰 사람에게는 가장 어려운 지시입니다. 오늘 할 일을 미리 정해두고 시작했습니다. 일의 난이도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줄인 것입니다.
02 강점에서 시작했습니다
약점을 메우는 훈련부터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잘하는 일을 먼저 맡겼습니다. 잘하는 일로 시작해야 다음 일로 넘어갑니다. 실패로 시작하면 그 자리에서 멈춥니다.
03 기록 방식을 바꿨습니다
같은 장면도 "못했다"로 적으면 거기서 끝입니다. "어디까지 했고, 다음에 무엇이 필요하다"로 적으면 다음 단계가 생깁니다. 청년도 그 기록을 함께 봅니다.
반복해서 본 것
여러 청년을 만나면서 반복해서 보이는 순서가 있었습니다.
나 자신 → 옆 사람 → 일 자체 → 주변의 위험
처음에는 자기 안에 갇혀 있습니다. 불안이 조금 풀리면 옆 사람이 보입니다. 그다음에 일 자체가 보이고, 마지막에 주변의 위험이 보입니다.
안전 교육을 아무리 반복해도 청년이 자기 안에 갇혀 있으면 닿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주의가 닿는 반경은 불안이 줄어든 만큼 넓어집니다.
다음 편에서는
2편에서는 시간을 다룹니다. 두 달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청년들에게 실제로 무엇이 달라졌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어디까지 갔는지 씁니다.
느린학습자(경계선지능) 청년의 일경험이 궁금하시면
청년 본인, 보호자, 학교·기관·기업 담당자 누구나 편하게 문의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