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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씁니다 No.01

노동인권 교육 — 보고 들음에서 앎으로, 앎에서 감수성으로

칼럼2026.09.09글 · 진꿈이 (교육협동조합 세움)

노동인권 교육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은 의외로 '어떤 내용을 다룰까'가 아니었습니다. 더 오래 붙들었던 것은 '이 중요한 정보들을 어떻게 전달해야 기억에 남을까'였습니다.

근로계약서, 최저임금, 4대보험, 산업재해처럼 꼭 알아야 할 정보들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듣고 지나가는 지식이 아니라, 나중에 실제로 일하다가 비슷한 상황을 만났을 때 한 번쯤 떠올릴 수 있는 수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설명보다 상황을 보여주고, 조별로 직접 판단해보고, 자신의 경험과 연결해볼 수 있는 활동 위주로 수업을 구성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수업을 들고 학생들과 청년들을 만나면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순간이 만들어졌습니다.

"선생님, 저 알바할 때 3.3% 계약했는데요"

가짜 3.3% 계약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한 학생이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 알바했을 때 3.3% 계약을 했어요. 근데 이게 잘못된 건가요?"

수업에서 다루려고 준비해 간 내용이 갑자기 한 학생의 실제 경험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일을 시작할 때 4대보험에 가입하는 대신 3.3%를 공제하면 당장 손에 들어오는 돈이 더 많다는 설명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 일을 시작하는 학생이라면 그 말이 더 매력적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업에서 여러 상황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그 학생도 자신이 경험했던 계약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3.3%를 떼는 계약을 했었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계약이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자신의 경험과 연결해서 알게 된 것입니다.

"출근하다 다친 것도 산재예요?"

산업재해 수업에서도 비슷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산재'가 무엇인지는 대부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 산업재해에 해당할 수 있는지 물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학생들이 주로 떠올리는 것은 공장에서 기계를 다루다 다치거나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나는 것처럼 '일하는 중에 발생한 큰 사고'였습니다.

출퇴근 중 사고도 산업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놀라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앞으로의 노동 상황과 연결해 생각해보며, 스스로 권리를 확인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 의미 있었습니다.

이미 알고 있던 청년들에게서 새롭게 들은 이야기

느린학습자 청년들과의 노동인권 교육은 저에게 조금 다른 의미로 남았습니다. 교육에서 처음 만난 청년들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네트워크 모임에서도 만나고, 직무교육에서도 만나면서 계속 이야기를 나눠왔던 청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청년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노동'이라는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니 제가 몰랐던 경험들이 하나둘 나왔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부당한 일을 경험했던 이야기부터, 반대로 자신을 이해하고 배려해준 동료와 직장에 대한 이야기까지. 평소에도 계속 만나던 사이였지만, 노동인권 교육이라는 시간을 통해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청년들'을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았습니다.

특히 좋았던 것은 교육 중에 청년들이 이전 일터에서 있었던 경험을 다뤄볼 수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정말 속상했겠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지?"

함께 마음 아파하고, 걱정하고, 위로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노동인권 교육이라는 것이 꼭 법과 제도를 배우는 시간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일터에서 겪은 일을 듣고, 그건 괜찮지 않은 일이라고 함께 느껴보는 것 역시 노동인권을 배우는 과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는 것에서 끝나지 않도록

느린학습자 청년들의 수업을 준비하면서는 내용을 최대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글로 길게 설명하기보다는 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자료를 가시화하고, 한 번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내용을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이해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당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실제 일터에서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업에서는 직접 말해보는 연습을 하고, 말로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문자로 어떻게 요청할 수 있는지도 함께 연습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해보고, 문장을 만들어보고, 직접 표현해보는 것. 이런 작은 연습이 실제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지 하나가 되었으면 했습니다.

들으면 알게 됩니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노동의 어려움을 알게 되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씩 알게 되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건 괜찮은 일일까?'

'저 사람은 지금 괜찮을까?'

'내가 이런 일을 겪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는 그 과정에서 노동인권 감수성이 조금씩 생겨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수업을 준비할 때는 '중요한 정보를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까'를 가장 많이 고민했습니다. 지금도 그 고민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러 현장에서 교육을 진행하면서, 노동인권 교육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들고 싶은 노동인권 교육은 단순히 알려주는 수업이 아닙니다. 서로의 노동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상황을 함께 살펴보며, 자신의 노동과 타인의 노동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수업. 저도 학생과 청년들의 이야기를 계속 들으며, 지식과 감수성이 함께 자라는 교육이 무엇인지 배워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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